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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요
    에세이 2020. 8. 31. 15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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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 어릴 땐 글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. 아니, 돌이켜보면 글쓰기를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. 초등학교 때, 교내 백일장에 나가서 시로 상을 탔었다. 선생님께서는 내 시를 보고 너무 잘썼다며 칭찬해주셨고, 집에서도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많이 받았다. 그래서 나는 내가 시에 재능이 있나보다 생각했다. 그 후에 다른 백일장에 나가게 되었다. 그땐, 시가 아닌 산문이었다. 산문에는 정해진 분량이 있었는데, 그 분량을 채우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. 결국 분량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그저 그런 글을 제출했고 상은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. 몇 번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, ‘나는 내가 글을 잘 못쓰는구나.’ ‘글쓰기는 나와 거리가 먼 것이구나.’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.

     

     대학 진학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. A4용지 반 페이지도 채우기 힘든 내가 대학 수업에서 주관식으로 답을 제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에는 가히 패닉에 가까웠다. 성적은 잘 받아야 하는데, 글 쓰는 건 너무나 자신이 없었다.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에게 물어보니, 교수님에 따라 다르지만 족보를 직접 나눠주시는 교수님 한 분은 예상 문제 내에서 예시 답안을 작성해 외우고 시험 보면 된다고 했다.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보니 전공시험 같은 건 내용만 이해하고 있으면 그 흐름에 따라 작성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 우리 과에는 대학을 4년 다니면 헛소리를 논리적으로 잘 쓰게 된다는 말이 있었다(그만큼 우리가 쓰는 답안이 우리가 봐도 말은 안 되지만 그럴 듯 해 보인다는 말이었다).

    시간이 흘러 시인을 잠깐이나마 꿈꿨던 아이는 고시생이라는 타이틀을 거쳐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었다. 글 쓰는 것이 너무나 자신 없던, 그 꼬마아이가 다른 이의 문장을 보고 수정하는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. 편집자라는 일을 하게 될 즈음부터 나도 작가라는 것이 하고 싶어졌다. 책이란 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었고, 단지 창작이 어려울 뿐이었더랬다. 대학 생활을 거치면서 어떻게든 글을 쓰는 훈련을 하게 되었고, 그것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책을 만들고 싶게끔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.

     

     지금까지는 내 순수 창작물로 만든 책은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만든 세 권의 책이다. 자존감이 바닥을 길 때 만든 그 책은 서툴지만 나를 향한 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(하지만 차마 펼쳐보긴 어려운 책이다).

    삶의 새로운 전환점에 이른 지금 시점에서 내 삶에 작가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싶다. 언젠간 나도 나를 작가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짧은 한 문장이라도 적어 블로그에 남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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